지금 뉴스들을 흩어보니 전북현대가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의 홈경기를 치루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https://youtu.be/xpSPI80aM6s
흠...이거 업보일지도 모릅니다.
1996년의 목동에서의 부천 홈 경기중에서 잔디가 얼어죽은 건이 실제 있었습니다.
근데 이게 왜 전북현대의 업보냐면...
이거 얼어죽은 건이 무려 5월에 생긴 일입니다.
당시 2월 개막도 아니었고 3월 꽃샘추위도 아닌 여름으로 들어가기 직전인 5월에 잔디가...
얼.어.죽.은. 겁니다.
네 진짜입니다.
"근데 왜 전북이요?" 라고 하실텐데 이 이야기 풀어보겠습니다.
1996년 이야기를 할 때 리그 전의 시즌 오프닝을 담당한 아디다스컵 이야기를 뛰어넘어 5월로 시간을 앞으로 돌려보죠.
1996년 5월 어느날 구단 관계자분이 경기전에 저에게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원석씨 걱정되는게 있는데...현대자동차에서 운동회를 여기서 하겠대"
...머리가 띵~ 해졌습니다.
1995년 하이텔 축구동을 휩쓴 이슈 중 하나는 '경기장 잔디' 문제였습니다.
KBS의 인기프로그램 '열린음악회'는 전국의 종합운동장을 휩쓸고 다니면서 잔디를 다 죽여버리고 다녔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얼마전 잼버리 때문에 생긴 상암경기장의 그 모습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경기장에 해대는 것이 국민방송 KBS였습니다. 아...대단한 KBS
혹시 여기 1990년대 초반에 서울대 다니신 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님 지인에게 물어보셔요. 1990년대 초에 서울대 대운동장...무려 천연잔디 깔려있었습니다.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서울대였죠. 그러나 '열린음악회'는 가차없었습니다. '열린음악회' 한번 열린 뒤에 서울대 대운동장은 잔디 다 죽어버렸고 맨땅 되었습니다. 잼버리 땜에 망가진 상암경기장이요? 그거 서울대 대운동장이나 바로 뒤에 이야기할 울산의 건에 비하면 정말 잔디보호 잘한 겁니다.
'에엥?'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진짜입니다!
울산의 이야기는 1994년 이야기입니다. 제가 '대한민국 프로축구 경기장 잔혹사' 중 거의 베스트1 으로 꼽을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이때 울산종합운동장은 시즌 개막을 멋지게 하기 위해 겨울 내내 경기장 관리를 진짜 신경써서 했습니다. 비닐을 경기장 잔디 위에 깔고 비료도 잘 주고 별별 방법을 써 대면서 잔디관리를 해서 3월 개막전에 한지형 잔디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푸른 잔디를 보여줬습니다.
당시 3월에 푸른 잔디요? 시바 이거 한국 축구장에서 본적 없던 풍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그냥 흙바닥이 됐습니다. 진짭니다.
이거 울산시의 만행이었습니다. 그해 있던 울산에서의 행사 연습(매스게임 연습) 때문에 일주일 동안에 경기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면서 약하디 약한 잔디들이 견디지 못하고 맨땅이 되어버린 거였습니다.
근데...이거 생중계되는 경기였어요. 1주일만에 잔디경기장이 맨땅경기장이 된 걸 본 축구팬들은 분노했습니다. 당시 언론도 시에 문의해서 받은 답변은 이랬습니다.
"아니 울산에서 열리는 그 행사가 얼마나 큰 행사인데!"
...그랬습니다. 울산시에서 말하는 그 행사에 비하면 K리그는 X밥이었던 겁니다. 네 조ㅈX 이었던거죠.
위에 소개한 '열린음악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이텔 축구동 회원들 중 일부는 KBS에 '월드컵이 열려야 하는 경기장의 잔디를 그렇게 망가뜨리고 다니고 보호조치도 없다니 너무한거 아니냐...'
이에 따른 KBS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그것도 무려 PD라는 직책의 분이 이러셨다더군요.
"열린음악회가 몇백만명이 보는 프로그램인거 알고 그러세요?"
네 그러던 때이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2024년에 정부 욕하신거? 아직도 제가 볼 땐 K리그의 위상은 30년에 비해 달라진거, 올라간거 별로 없는 리그입니다.
(일단 한숨 한번 쉬겠습니다)
이쯤되면 왜 현대자동차의 운동회라는 소리 듣자 머리가 띵~ 해진건지 아실겁니다.
그리고 그 행사가 끝난 뒤.
목동운동장에 온 사람들은 전부 경악을 했습니다.
센터서클 부근의 잔디가 몽땅 노랬습니다. 잔디가 가을철 되서 추워 죽을때와 똑같았습니다.
구단 직원에게 바로 물어봤습니다.
- 아니 이게 무슨일인가요?
구단직원분은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운동장 한가운데서 무슨 효과를 낸다고 드라이아이스를 뿌렸대..."
....What????
진짜 입에서 욕이 한바가지 나왔습니다. 이 X발 X히들 도대체 경기장에 드라이아이스를?
네 그 노란거...잔디 죽은 거 맞았습니다. 얼어죽은 겁니다.
무려 5월달에. 반팔입고 다니는 5월달에 잔디가 얼어죽은겁니다.
이거 대한민국의 모든 스포츠역사를 돌아봐도 경기장 잔디 얼려죽인 건 현대자동차가 유일합니다.
진짜 전무후무한 업적입니다.
결국 유공구단은 그 잔디 다 파내고 새로 식재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더한건 이계원 단장님이 나중에 알려주신 이야기였습니다.
현대자동차 구단 단장님이 전화를 하셨대요.
'우리 애들이 경기장 잘~ 쓰고 갔지요?'
이계원 단장님은 어이가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아니 잘 쓰긴 뭘 잘써요! 경기장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려서 경기장 잔디가 얼어죽었다구요!"
전북현대 단장님도 당황하셨다고 하더군요.
저도 현대자동차의 CS전화번호로 전화해서 항의하고 했습니다만.
뭐 항의가 먹혀들어갔겠습니까?
여튼 1996년의 한 경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드라이아이스로 경기장 잔디 얼려죽인 사건이었습니다.
올해 아시아챔피언스 리그에서 경기장이 얼어서 홈경기 못치루게 된 것은 어찌보면 그때의 업보가 지금 다시 돌아온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때의 임직원들은 지금 없겠지만 여튼 현대자동차는 그랬던 곳입니다.
기사보고 마침 '옛날이야기'도 1996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중이라 시간을 쪼끔 앞당겨봤습니다.
이런 잔디 이야기는 가끔가다 계속 해 드리겠습니다.
개막전 때 부천종합운동장의 잔디를 보고 시축 전에 잔디를 밟아봤는데 아직은 좀 추워서인지 땅이 딱딱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경기력 보여준 선수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이제 날도 급하게 따듯해지는 것도 보이고 조만간 비도 내리면서 땅이 딱딱함에서 풀려나겠죠.
더 좋은 경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현대자동차는 한국 프로축구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잊어서는 안되는.
'5월에 축구장 잔디에 드라이아이스 뿌려서 잔디를 얼려죽인 유일무이한 구단' 입니다.